시기리야 사자 바위 (Sigiriya Lion Rock)

시기리야(Sigiriya) 또는 싱하기리(Sinhagiri)는 '사자 바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바위 중턱에 만들어진 거대한 사자 모양 관문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사자 머리 부분은 소실되고 발톱 부분만 남아있다.

바위 서쪽 면에 있는 '거울의 벽(Mirror Wall)'은 원래 고광택의 흰색 회반죽으로 덮여 있어 왕이 지나갈 때 자신의 모습이 비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벽에는 8세기경부터 방문객들이 남긴 시와 낙서들이 남아있는데, 이는 고대 싱할라어 시가의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한 낙서에는 "나는 부달이다. 시기리야를 보러 수백 명의 사람이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시를 써서 나는 쓰지 않았다!"라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프레스코 벽화 속 여인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왕의 후궁들이라는 설, 종교 의식에 참여하는 여성들이라는 설, 천상의 요정(압사라)이라는 설 등 다양한 추측이 있다. 이 벽화들은 인도의 아잔타 석굴 벽화와 유사성이 있다는 언급도 있다.

시기리야의 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경 정원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물의 정원, 바위 정원, 테라스 정원의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물의 정원은 정교한 수로와 분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일부는 오늘날에도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카샤파 1세의 최후에 대해서는 동생 목갈라나와의 전투 중 군대가 그를 버리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과, 후궁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부 학자들은 시기리야가 군사적 요새가 아니라 대승불교와 상좌부 불교 간의 경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불교 공동체의 중심지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1967년 프레스코 벽화가 고의적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으나, 국제적인 전문가의 도움으로 복원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벽화의 색이 바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